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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9일 (월)
남편의 배웅으로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떠나는 장거리 산행에 기대감과 과연 나자신이 완주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마음속에 담고 차속에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성삼재에 도착
베낭을 챙겨 매고04:55에 산행을 시작했다
앞사람이 희미하게 보일만큼의 엄청난 안개와 하늘은 온통 우중충했고
넓으면서 돌과 부드러운 흙으로 잘포장된 완만한 길을 따라 새벽맑은공기를 마셔가면서 한발 한발....
그렇게 힘든길도 아닌데 차츰차츰 처지기 시작하여 거의 후미에서 50분정도 걸어서
노고단산장을 첫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옅은 어둠과 안개때문에 자세히 보이지 않아 아쉬움
만 뒤로한체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슬에 흠뻑 젖은 나무와 풀들이 어둠이 서서히 걷히니
싱싱한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를 반겨 주는듯 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한치앞도 볼수 없는 자욱한
안개 때문 에 몇개의 봉우리를 거치면서도 멋지고 아름다운 조망은 볼 수 없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세찬바람소리만 흐르는 가운데 이마와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일 정도의 속도로 삼도봉이란 곳에 도착
앞서간 몇사람들이 비록 맑은날씨는 아 니었지만
안개만이 자욱한 배경을 삼아 사진모델이 되고 있었다
나도 잠깐 오이와 물로 목을
축이고 조금 내려오니 넓게 펼쳐진 쉼터가 있었다
간간이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넓은 지리산능선을 잠깐 안개와 구름이 걷힌 사이를 보면서
산에 오르다 같이 산행을 하게된 아저씨랑
떡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오르막길을 오르니 숨이 차고 다리가 엄청 무거웠다
조금 가다보니 더 어렵고 힘든 나무계단을 숨을 헉헉거리면서
한계단한계단에 다리를 올리는 순간 돌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
벌써부터 이렇게 힘든 산행이 되어 버리면 아무래도 실패할 것 같은 예감에 개념도를 보니
목적지까지는 까마득했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연하천산장 까지
안개가 너무 많은 탓에 뒤를 돌아보아도 내가 걸어온 길을 볼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계를 차지않은 탓에
군데군데 이정표 있는곳에 도착한 시간과 소요된 시간을 적지 못했다
연하천을 줄발하여 간간이 보여지는 바위들과
안개 낀 길을 걷고 있노라니 힘든 것 보다는 신비하고 나의 맘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지리산을 간다면 이 느낌 때문일것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음 벽소령으로 향했다
벽소령은 광대한 지리산 중심부의 허리처럼 잘록한 고개로
주위에 높고 푸른 산들이 겹겹이
싸여 있다고 하였는데 새찬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길을 앞만보고 계속 걸었다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감동과 잠시 나자신 신선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엔 장터목 산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녹색의 정원 산상의 화원이란 단어들이 저절로 떠오르게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들에 유혹되어 바위에 앉아 점심도 먹고 야생화도 실컷보았다
드디어 90%정도 왔다고 생각되는 장터목산장
그렇게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방학을 하여 체험등산을 하러온 중고생쯤의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산을 체험으로하겠다는 학생들의 생각에 대견함과 박수를 보냈다
잠시 목을 축이고 몸은 거의 지칠대로 지쳐 한발짝도 뗄 수 없었지만
나자신과의 약속이기에 가파른 오르막길을 헉헉거리면서 천왕봉으로 향했다
많은 봉우리들을 거치는 동안
안개자욱한 길을 걸었던 것과는 정반대로 하늘 간간이 지나가는
구름만 있을뿐 눈부시게 맑은 날씨였다
제석봉 오르는 양쪽의 넓은초원과 고사목의 장관은
밝은 태양빛에 반사되어 더욱 더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제석봉을 넘어 천왕봉을 지키며
하늘과 통한다는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정상에 닿았다
바람이 너무나 세차게 불어 날아갈 정도였다
잠시 이 높은곳에 나의 흔적을 남겨두기 위해 힘든고생도 바람결에
날려 버리고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착각에 빠졌다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가슴을 탁 멎게 하는것을 천왕봉정상에서
다시한번 느끼고 중산리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 얼마전에 이곳에 오르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긴 하산길인줄 정말 몰랐다
아마 완전 지친상태에서의 하산길이었기에 더욱 힘든 것 같았다
그누구의 노래 가사처럼
가도가도 끝이없는... 생각이 났다
거의14시간30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산악회 버스를 향해 걷는 몸이
물에 적신 솜뭉치 같이 무거웠지만 해냈다는 자신의 집념이 마음을 감동케 했다
차 있는곳에 도착하니 산악회에서 마련하신 김치찌개와 수박으로 하루의 피로가 확 풀렸다
집에오니 남편과 딸이 장하다면서
축하를 많이많이 해주었고 같이 동행하지 못한 아는 언니들도 축하전화를 해 주셨다.
나자신 무슨 큰일을 해낸것도 아닌데
이렇게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니 정말 산여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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