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푸르다. 참말이지 꼼짝없이 푸르다. 산보고,"산아 더 푸르러져 봐라" 하면 산은 확 부서져
버릴 것같이 더 갈 데가 없어 보인다. 산이 저렇게 짙푸른 것을 나는 요즘 새로 보는 것이다.
참 신기하다. 왜 지금에서야 산의 저 꽉 찬 싱그러움을 본단 말인가. 사는 것은 이래서 살아
갈수록 신기한가 보다.
우리반 1학년 찬솔이.다솔이.창희.2학년 창우.다희가 하얀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무슨 일인지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잔뜩 쳐들고 푸른 벚나무를 올려다 본다.
매미소리가 아이들 얼굴 위로 와르르 쏟아진다. 아이들이 고개를 내리고는 무슨 말인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더니 교실을 향해 일제히 달려온다.
"선생님 매미가 우는데 매미가 없어요."
"매미는 어디서 울어요?"
아이들은 내 곁에 몰려와 매미에 대해 제각각 한마디씩 떠든다.
호기심 가득한 열 개의 까만 눈동자들이 티없이 깊다.
나는 아이들이랑 운동장가에 있는 매미가 우는 나무 아래로 가서 매미을 찾는다.
매미는 모두 나무껍질 색이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어쩌다가 한 마리 찾아주면 아이들은
신이난다. 비 그친 하늘에 잠자리들이 날아다닌다. 매미를 찾는 일이나,잠자리가 나는
일이나,꽃이피는 일이나 모두가 다 신비롭기만 하다.
이슬비가 내린다. 매미를 찾으며 놀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온다. 머리칼에 작은 이슬방울
들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또 해가 나고 나뭇잎이 반짝인다. 교실 창 너머 풀잎 이쪽에서 저쪽으로 거미줄이 걸려
있다. 다리가 긴 노란 작은 거미가 있는 거미줄에 이슬방울들이 송알송알 맺혀 있다.
아이들을 불러 거미집과 거미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들을
가리키며 떠든다.
새가 울고 바람이 분다. 산은 푸르고 잠자리떼들은 날개를 반짝이며 다시 허공을 날고,
창희가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방울들처럼 나란히 운동장으로 나가 고개를 쳐들고 날아
다니는 잠자리들을 향해 훌쩍훌쩍 헛손질을 하며 뛰어다닌다,
바람이 불자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거미줄을 타고 저쪽 풀잎으로 거짓말같이 스르르
건너가 버린다. 아아, 나도 아이들 뒤를 따라 거미줄을 타고 이쪽 풀잎에서 저쪽 풀잎으로
건너가는 이슬방울들처럼 세상을 건너가고 싶다.
-김용택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티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본 자연의 현상과
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선생님의 깊으신 사랑을 나누어 주심에 감동되어
잠시 제 초등학교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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