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나던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이런 저런일로 그나마 몇명 남지 않은 친구중에 장장 육십년의 우정을 유지해 온 한친구가 IMF 때문에 사업에 실패 해 여러 친구들로부터 몇백만원씩 빌려 쓴걸 기일안에 약속을 못 지켜 잠적해 버렸답니다.
한번도 독촉을 한적도 없는데 칠십대 노부부가 집도 절도 없이 도대체 어디로 유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 할수록 딱하고 안쓰러워 마음이 따뜻한 친구가 견디지 못해 오랜 수소문 끝에 그의 거처를 알아내어 보니 시골에 방한칸 얻어 기거. 의식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고 살고 있었답니다.
여러 친구들은 그의 이런사정을 보니 돈을 갚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안했답니다. 그런데 사년만에 빌려 준 돈이 각자의 통장으로 들어와 있더랍니다. 도대체 그 나이에 뭘 해서 그 돈을 벌었을까?? 설사 어디서 눈먼 돈이 굴러 들어왔다고 해도 거처를 옮기는 게 더 급하다는 걸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데...그 친구의 정성에 모두 놀랐다고 하네요.
며칠전 그로부터 작은 소포가 왔답니다. 깻잎.장아찌.꽃씨와 이런 편지가 들어 있었답니다.
"여름 음식이어서 남과 나눠 먹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구나 최대한 싱겁게 담갔으니 꼭 냉장고에 보관할것. 날 깻잎은 상할까봐 씻지 않았다. 무공해니 쌈으로 먹거나 튀겨 먹어도 좋을것 같다. 어떤집 담 밑에 피어 있는 접시꽃이 축제 분위기 같이 화려하고 환희심이 들어 너무 좋아서 여기 받아 보내니 심고 싶으면 어디 담 구석에 뿌려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먼저 말을 걸려해도 혹시 돈때문에 오해하고 놀랄까봐 전화 한통하지 못하셨다는 박완서님의 배려...
그래서 진정한 친구의 마음은 어디에서든 서로가 느끼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것, 보이지 않아도 마음가득 사랑을 안게 해 주는 아름다움이 늘 서로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임을...
힘들거나 어려울때 외롭거나 서글플때 나 자신은 친구들에게 따뜻함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여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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